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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07 [Review] Chelsea season review 2009-10, The Double. 3

 



1. 안첼로티호의 출범

 

1) 까다롭기만한 첼시의 감독직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인복이 많은 사람인 듯하다. (돈복이라 표현하는게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가 첼시를 인수한 후 첼시를 거쳐간 감독은 라니에리, 무링요, 스콜라리, 그랜트, 히딩크 - 세계적인 클래스의 명장들 이었다. 이들에 의해 탄탄히 다쳐진 첼시는 비록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실패하였고 스콜라리 체제하 잠시 혼란을 겪기도 하였지만 지난 6년간 세계 최강의 팀 중 하나로 군림하였다. 매시즌 첼시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배당률은 가장 낮은 편 이였으며 이적 시장에서도 신흥강호란 핸디캡을 떨쳐버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히딩크가 떠나고 첼시의 새로운 감독은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하여 필자는 기대 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바로 전시즌 ‘무링요의 남자’ 들로 구성되어 있던 첼시의 스쿼드와 스콜라리가 어떻게 충돌하고 망가졌었는지를 생생히 목격하였기 때문이다. 히딩크에 의해 후반기 놀라운 반전을 보여주긴 하였지만 선수구성, 전술 등 모든 것이 무링요의 재현에 더 가까웠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새로운 감독은 무엇보다 무링요를 대체할 수 있는 카리스마 내지 리더십, 전술적 역량을 갖춘 인물이어야만 했다. 세계적으로 그러한 감독이 몇 명이나 있으며, 또 그러한 감독이 있다 해도 어떻게 데려올 수 있단 말인가?

 

 2) 안첼로티호. 불안과 기대의 교차.

 

  로만의 대답은 카를로 안첼로티였다. 이탈리아의 스타플레이어 출신으로 감독으로서도 AC밀란의 2000년대 황금기를 이끌었던 인물. 무엇보다 2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경력은 첼시가 가장 목말라하는 바로 그것이었다. 그는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었으며 다이아몬드전형이나 크리스마스트리로 대표되는 뛰어난 전술적 역량은 이미 검증된 바 있었다.

 

   따라서 그는 바로 첼시가 정말 필요로 하는 감독이었다. 그는 확고한 철학과 리더십, 풍부한 경험을 모두 갖춘 인물이었다. 사실 그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첼시에게 큰 행운이었다. 세리에의 위기와 AC밀란의 부진, 그리고 베를루스코니. 이 셋 중 하나만 없었더라면 축구팬들은 올시즌에도 산시로에서 굳게 입을 다물고 있는 안첼로티를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작이 모든 면에서 긍정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안첼로티는 세리에에 특화된 감독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첫 번째였다. 그가 감독에 부임하자마자 피를로, 시도로프와 같은 선수들의 첼시 이적설이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루머는 안첼로티가 첼시에서도 AC밀란에서와 같은 다이아몬드를 쓰겠다는 의지를 대변하는 것이었다.

 

   이미 첼시에서 다이아몬드는 여러차례 시도된적이 있으며 (무링요하 램파드-에시앙-발락-마케렐레, 스콜라리하 데코-램파드-발락-미켈) 그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하였다. 무엇보다 4-1-2-1-2 의 두 ‘1’ 들에 적합한 선수가 첼시에 없었다. 첼시에서는 피를로와 같이 후방에서 넓은 시야를 가지고 볼을 배급해 줄 수 있는 선수나, 카카처럼 앞선에서 공격을 풀어줄수 있는 선수가 없다. 수년간 첼시의 스쿼드는 전형적인 4-3-3에 최적화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가 꼭 AC밀란의 그것과 같은 형태일 필요는 없겠지만, 첼시의 노쇠하 된 스쿼드로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 자체가 큰 모험으로 느껴졌으며 안첼로티의 고집으로 까지 보이기도 했다.

 

   이적시장에서 지르코프를 추가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 점은 더욱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새로운 전술이 감행된다면 새로운 선수들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숱한 루머에도 불구하고 안첼로티의 의사가 반영된 영입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첼시의 주전 스쿼드의 나이는 30세를 넘어가고 있었다. 첼시와 같은 수많은 경기를 치러야 하는 팀은 풍부한 스쿼드와 높은 수준의 체력을 필요로 한다. 비록 램파드, 드록바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뛰어난 신체능력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데코, 벨레티, 페레이라, 카르발료, 발락 등의 선수들은 이미 전시즌에서 뚜렷한 체력저하를 노출한 적이 있었다. 이적시장 마지막날까지 공격진과 미드필더진에서 젊은 선수의 스쿼드 추가를 기대하였지만, 결국 첼시는 레알마드리드와 맨시티의 돈잔치를 남의 일처럼 구경하며 다소 어울리지 않게 이적시장을 마무리 하였다.

 

   

2. 미지근한 시즌 출발 - ‘1’의 문제, 투톱과 풀백의 맹활약.

 

 1)최적의 ‘1’을 찾아라

 

  커뮤니티 실드에서 맨유를 꺾으며 산뜻하게 시즌을 출발한 첼시는 리그 첫경기인 헐시티전에서 램파드-에시앙-말루다-미켈로 구성된 4-1-2-1-2 를 선보였다. 그러나 작년 승격팀과의 홈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게임이 전개되었고 안첼로티는 미켈, 말루다 대신 데코와 발락을 투입하여 미드필더의 변화를 통해 게임을 풀어나가려 하였다. 결국 경기는 드록바의 원맨쇼로 인해 승리로 끝나게 되었지만 다이아몬드 전형은 사실상 실패였다.

 

   이후 안첼로티는 램파드-데코-조콜 을 돌아가며 앞선 ‘1’ 자리에, 에시앙을 주로 뒤쪽 ‘1’ 자리에 배치하는 다이아몬드 전형을 고집하였다. 그러나 그 결과는 램파드의 최악의 부진이였다. 지난 수년간 첼시의 엔진이였던 램파드는 ‘1’ 자리에서 집중견제를 받으면서 경기를 풀어가는데는 익숙하지 않았다. 에시앙은 후방에서 수비의 임무를 훌륭히 수행하였지만 그의 뛰어난 공격적 재능을 볼 수 없다는 것은 첼시팬들에게 큰 아쉬움이었다. 그나마 앞선 ‘1’ 자리에 가장 걸맞는 센스를 보여주었던 데코는 적지않은 나이 때문인지 부상과 컨디션 저하에 시달렸고 조콜은 장기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전반기 첼시의 미드필더 진은 ‘1’ 자리의 램파드의 부진과 말루다의 포지션 변경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가운데 에시앙과 발락의 준수한 활약으로 인해 간신히 그 체면이 유지 되었다. 에시앙과 발락은 특유의 왕성한 활동력과 준수한 수비력으로 넓은 공간을 커버하며 첼시의 살림꾼 역할을 도맡았다.

 

 2)투톱의 맹활약

 

   첼시의 미드필더진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첼시의 공격진은 최고의 모습을 선사하였다. 헐시티전에서 2골을 넣으면서 원맨쇼를 펼친 드록바는 이후에도 리그에서만 11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11월9일 이전까지 모든 대회에서 공격포인트 기록)하는 등 놀라운 활약을 펼치며 ‘드록신’ 의 위용을 과시하였다. 그는 상대를 압도하는 피지컬과 아프리카인다운 유연함을 바탕으로 상대 수비를 붕괴시켰으며 놀라운 프리킥능력과 패싱센스 또한 보유하고 있었다. 전반기 아스날 원정에서 보여준 드록바의 퍼포먼스는 ‘완벽한 스트라이커’ 그 자체였다.

 

   드록바가 경이로운 득점행진을 이어갈때 아넬카는 놀라운 변신을 감행하였다. 스콜라리하에서 아넬카는 업사이드 트랙을 무너뜨리는 순간적인 스피드와 깔끔한 피니쉬 능력이 돋보였으며 히딩크 시절에서는 사이드에서 활발한 공격과 수비가담을 겸비한 윙어로서의 모습을 선보였다. 그러나 2톱체제하 아넬카는 경기를 조율하는 마에스트로와 같은 능력을 보여주기 시작하였다. 그는 심지어 수비형 미드필더의 위치까지 내려와 공격을 전개해 나갔다. 그는 높은 수준의 키핑능력 드리블스킬, 빠른 스피드, 슈팅능력을 모두 보유한 첼시에서 거의 유일한 선수였다.

 

   전반기 맨유와의 홈경기는 그러한 아넬카의 활약 중 백미였다. 첼시의 미드필더진은 맨유의 뛰어난 기동력과 강력한 압박에 고전하며 주도권을 내주었으며 그에 따라 드록바는 고립되었다. 패배의 그림자 속에서 활로를 모색한 것은 아넬카였다. 비록 그는 그 경기에서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하였지만 2선에서부터 홀로 공격을 주도하며 명실부한 에이스로서의 면모를 과시하였다. 드록바가 징계, 부상, 내이션스컵에 의해 경기에 출전할 수 없을때에도 그 공백이 느껴지지 않았던것은 모두 아넬카의 활약 덕분이었다.

 

 3)A.콜의 활약과 이바노비치의 재발견.

 

  다이아몬드이든 크리스마스이든 4-3-3에 비하여 미드필더를 한 명 더 두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무게중심을 미드필더에 강하게 두는 만큼 어딘가에 빈곳이 생기기 마련인데 양쪽 사이드가 바로 그곳이다. 안첼로티는 사이드의 약화를 감내하면서도 중앙을 강화하는 무리수를 둔 것이다.

 

   EPL에서 사이드 공격의 중요성은 언급할 필요도 없을 정도이다. 세밀한 전술이나 공간이해를 바탕으로 한 패스&무브에 의해서보다는 킥&러쉬, 역습, 크로스에 의한 공중볼 싸움에 의해 주로 공격이 이루어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의 모든 팀들이 강력한 윙어를 바탕으로 4-4-2 또는 4-3-3의 포메이션을 구사하고 있으며 첼시는 이러한 팀들의 선두주자 였다.

 

    그러한 첼시가 4-1-2-1-2를 구사하면서도 사이드 싸움이 치열한 EPL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뛰어난 풀백들의 활약 덕분 이었다. 에슐리 콜은 첼시에서 아스날 시절을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늘 받아왔지만 이번 시즌은 예외인 듯 하였다. 그는 빠른 주력을 바탕으로 한 활발한 공격가담으로 윙의 부재를 상쇄하였으며 세계최고 수준의 수비력 또한 여전히 선보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바노비치였다. 그는 첼시에 2008년 1월 9m의 이적료로 이적하였지만 거의 출장기회를 잡지 못하였다. 지난 시즌 리버풀과의 챔피언스리그에서 헤딩으로만 2골을 선사하는 깜작 활약을 선보였지만 불안한 수비력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올시즌 오른쪽 윙백으로서 재탄생하였다. 그는 빠른 스피드를 보유하지 않았지만 놀라운 투지와 활동량을 보여주며 공수양면에서 오른쪽을 지배해 나갔다. 세트피스에서 그의 움직임은 상대편에게 엄청난 위협이었다. 작년 보싱와의 단조로운 크로스 공격에 질려있던 첼시팬들에게 이바노비치의 활약은 센세이션에 가까웠다.

 

   

3. 시련의 시기 ‘2월’

 

 1)‘캡틴’ 존테리 사건

 

   투톱과 풀백의 맹활약 속에 첼시는 줄곧 1위자리를 고수하게 된다. 네이션스컵으로 인해 드록바, 칼루, 에시앙, 미켈이 차출되면서 많은 전문가들이 첼시의 위기를 예상하였지만 첼시는 그러한 추측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선더랜드를 7:2로 격파하는 등 1월에 전승을 구가하였다.

 

  그러나 첼시의 위기는 엉뚱한 곳에서 촉발되었다. 첼시의 심장인 존테리가 과거 동료 선수였던 웨인 브릿지의 동거녀와 불륜의 관계였음이 밝혀진 것이다. 그 여파는 엄청난 것이었다. 존테리는 엄청난 여론의 비난에 시달렸고 영국 국가대표팀 주장이 박탈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그는 사건이 보도된 직후인 번리전에서 득점을 기록하는 등 한동안 평정심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이내 자신에게 가해지는 압박을 견대내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그에 대한 국제적 비난은 첼시의 팀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들기 충분하였으며 2월 한달동안 첼시는 2승(아스날, 울버햄튼) 1무(헐시티) 2패(에버튼, 맨시티)를 기록하는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존테리 개인도 루이사하, 테베즈에게 농락당하며 실점의 원인을 제공하는 등 컨디션의 난조를 보였고 급기야 그에게 1주일의 휴가가 주어지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드라마틱하게도 챔피언스리에서 무링요를 재회한 첼시는 스탬포드 브릿지에서마저 패배하며 4년만에 16강에서 챔피언스리그를 마무리 하였다. 1위는 다시 맨유의 차지가 되었으며 유리한 잔여일정을 가진 아스날 마저 치고 올라와 첼시는 2위도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2)주전선수들의 연이은 부상

 

 "It never rains but it pours."

 

  불행한 일은 한꺼번에 찾아오기 마련이다. 존테리 사건이 터질즈음 첼시의 주전 선수들이 연이어 부상에 직면하게 되었다. 보싱와가 시즌 아웃을 당한 가운데 에쉴리 콜, 이바노비치가 연속으로 부상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시즌 내내 거의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지르코프와 페레이라가 기용될 수 밖에 없었다.

 

   예년과 달리 쿠디치니가 없는 가운데 발생한 체흐의 부상은 끔찍한 결과를 낳았다. 일라리우는 맨시티전에서만 4골을 실점하며 신뢰를 상실하였고 운명적인 인터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는 국제무대에서 경험이 일천한 턴불이 나서야만 했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에시앙의 시즌아웃이었다. 그는 안첼로티 전술의 핵심이였다. 그는 뒤선의 '1' 자리에서는 견고한 수비력과 깔끔한 볼키핑으로, '2'의 자리에서는 특유의 활동량을 바탕으로 공수양면에서 팀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선수 중 하나였다. 네이션스컵에서 무리한 출전을 감행한 대가로 그는 지난시즌에 이어 09/10 시즌에도 리그의 절반밖에 소화하지 못하게 되었다. 모든 면에서 완패한 인터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1,2차전에서 가장 그리운 얼굴은 에시앙 이었다.

 

  그 밖에도 카르발료와 발락, 데코, 조콜, 알렉스는 모두 잔부상에 시달리며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물론 어느팀이나 부상선수는 있기 마련이고 우승경쟁을 하던 맨유나 아스날 또한 마찬가지인 상황이 있었다(아스날의 경우는 더욱 심각했다). 첼시 선수들의 부상은 첼시의 분위기가 가장 안 좋았으며 동시에 가장 중요했던 시기에 찾아왔기에 뼈아팠고 아쉬웠다.

 

  

4. 극복의 원동력

 

  1)빅4를 상대로 거둔 6승

 

   안첼로티의 올시즌 첼시팬들에게 선사한 가장 큰 선물은 바로 6승이다. 이 6승은 바로 빅4를 상대한 ‘특별한 6승’ 을 말한다. 작년 첼시는 아스날에게 1승을 거두었을 뿐 빅4상대로 1승 1무 4패의 성적을 거두며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빅4팀(특히 맨유와 첼시)들이 약팀들을 상대로 일정한 수준의 승점을 올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결국 빅4간의 대결에서 우승의 향방이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첼로티는 이번시즌 리그 6경기에서 이들을 상대로 모두 승리를 거두는 믿기 힘든 결과를 보여주어 첼시팬들을 열광케 하였다. 무엇보다 위기의 순간마다 찾아온 빅4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둠으로써 첼시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었다. 특히나 후반기 맨유 원정에서 승리하여 1위를 탈환한 것과 37라운드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승리하여 1위를 굳힌 것은 결정적이었다.

 

  이러한 빅4 격파는 먼저 수비의 공이 지대하였다. 특히 전반기 아스날, 리버풀전에서 보여준 첼시의 수비력은 압도적이었다. 아스날과 리버풀은 2~3골을 넣은 뒤 수비에 치중하기 시작한 첼시를 공략할 수단을 찾지 못했다. 좁은 공간을 유지하며 압도적인 피지컬을 바탕으로 상대공격을 완전히 무력화 하는 모습은 무링요 시절 그 이상이었다.

 

   물론 그러한 수비는 첼시의 선제득점이라는 전제 하에서 가능하다. 그 높은 난이도의 조건은 어김없이 드록바가 충족시켜 주었다. 그는 올시즌 맨유와의 홈경기를 제외한 빅4와의 5경기에서 모두 골을 넣었다. 리버풀에게 2골, 아스날에게 4골, 맨유에게 1골을 선사하며 그가 왜 강팀킬러인지 다시한번 증명하였다. 이러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던 드록바가 각종 개인수상에서 루니에게 밀린 것은 개인적으로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

 

  2)4-3-3으로의 전환과 램파드, 말루다의 부활.

 

  에시앙의 부재는 결과적으로 안첼로티에게 4-3-3으로의 회귀를 강제하였다. 조콜과 램파드는 '1' 자리에서 모두 신통치 않은 모습을 보였으며 발락마저 부진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안첼로티에게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전통적인 4-3-3으로 회귀한 첼시는 비로소 몸에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살아나기 시작했다. 가장 고무적인 것은 램파드의 부활이였다. 그는 아스톤 빌라전에서 4골1어시시트를 기록하는 등 3월에만 리그 4경기에서 5골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시즌초반의 오명을 완전히 씻어내었다. 패널티킥을 전담하기도 하였지만 51경기 27골 20어시라는 시즌 스탯은 미드필더로서 도무지 어울리는 것이 아니었다. 4-3-3에서의 램파드는 득점력에서도, 경기를 풀어나가는 엔진으로서도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미드필더에서 램파드가 도드라 졌다면 공격에서는 말루다의 활약이 빛났다. 사실 말루다는 지난 시즌 전반기까지 매우 실망스러운 선수였다. 그는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로벤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됬지만 르샹피오나를 정복한 선수답지 않게 무색무취한 경기력으로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그렇기에 그가 EPL에 적응해 나갈 무렵 히딩크를 만난 것은 큰 행운이었다. 히딩크 체제하 말루다는 자신의 역할을 완벽히 이해한 듯 강인한 피지컬을 기반으로 한 우직한 돌파와 날카로운 왼발 킥을 보여주며 '스페셜' 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시즌에서도 전반기 다이아몬드에서 는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과 달리 4-3-3 으로 전환한 후반기에서는 그야 말로 '말루다 할수 없는' 활약을 보여주기 시작하였다. 뛰어난 킥력과 피지컬을 겸비한 선수가 불굴의 투지로 경기에 임할 때 어떠한 결과가 나왔는지는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3)조연들의 활약과 행운

 

  올시즌 첼시를 논할때 조연들의 활약과 행운적 요소들을 빼놓을 수는 없다. 09/10시즌 첼시의 모습은 전형적인 '되는 집안' 의 모습이었다. 칼루, 지르코프는 정확히 그들이 필요한 시점에 기량을 만개하였다. 사실 앞서 언급한 에쉴리 콜의 부상은 거의 공백이 없었다. '러시아의 호날두' 라 불리던 지르코프는 아스톤 빌라전 3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등 자신을 둘러싼 의문을 단번에 해소시켰다. 3월28일 되서야 리그 첫골을 기록한 칼루는 시즌 막바지에 이를수록 폼이 상승하여 우승을 위한 중요한 길목이었던 스토크시티전에서는 헤트트릭을 기록하였으며, 리버풀전에서는 상대 수비진을 유린하며 승리의 선봉장이 되었다.

 

   조연이라고 하기에는 부적당해 보이지만 체흐의 활약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헤드기어를 착용한 이래 가장 체흐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가 시즌 35경기에 출전하여 26실점만을 허용하며 견고한 수비진을 이끌었다. 다소 정적인 플레이가 아쉽지만 이제 수준급 수미형 미드필더로 성장한 미켈도 잦은 부상에 시달리던 첼시 미드필더진에 꾸준한 힘이 되주었다.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행운적인 요소도 빼놓을 수 없다. 언제나 그렇듯 우승팀은 '운' 이 함께한다.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일치감치 탈락한 첼시와 달리 시즌 막판 강력한 상대였던 맨유와 리버풀은 시즌 막바지까지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를 병행하여야만 했다. 맨유의 경우 첼시보다 단지 챔피언스리그 2경기를 더 치룬 것에 불과했지만(첼시도 FA컵 경기가 있었지만) 그 두 경기를 치르는 동안 맨유는 엄청난 체력을 소모했으며 무리한 출전으로 루니까지 잃는 뼈아픈 실책을 범하였다. 맨유는 뭰헨과 챔피언스리그 2차전을 치룬지 3일만에, 리버풀은 유로파리그 4강에서 120분의 혈전을 벌인지 3일만에 첼시를 상대해야만 했다. 더군다나 이 2경기는 첼시에게 부담스러울수 밖에 없었던 원정경기 였다. 두팀에 비해 충분한 체력을 비축했던 첼시는 예상보다 쉽게 경기를 승리로 이끌수 있었고 이 두경기의 결과는 첼시의 우승과 직결되었다.

 

  

5. 총평. 그리고 다음시즌에 대한 전망.

 

  리뷰를 써놓고 보니 '모든 선수들이 잘했다' 고 말해버린 결과가 되었다. 그런데 사실이 그렇다. 모든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잘해준 까닭에 팀은 시즌내내 정상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았다. 전반기에는 드록바, 아넬카, 이바노비치가 돋보였으며 후반기에는 여전한 드록바와 램파드, 말루다가 가장 돋보였다.

 

EPL 시즌 최다 골을 가법게 경신한 막강한 공격력은 첼시에게 우승 자격이 있었음을 말해준다. 리그에서만 51골 30어시시트를 합작하며 팀 득점의 절반가량을 책임진 드록바와 램파드의 기록은 첼시의 역사 속에서 한동안 깨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09/10 시즌이 첼시에게 완벽한 시즌이었던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안첼로티의 전술이 아직 첼시에 자리잡지 못한 점은 새로운 시즌에 대한 불안감을 제공한다. 안첼로티는 다소 보수적이라 보일 정도로 다이아몬드 전형을 고집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결과적으로 많은 경기에서 승리를 하였지만 그 경기력은 결코 좋지는 않았다. 미드필더에 한명을 더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맨유, 아스날 등을 상대로 중원싸움에서 밀리는 양상을 보였으며 다이아몬드가 그 전형을 유지하며 유기적은 움직임을 보이는 데에도 실패하였다. 무엇보다 4선수가 각자의 위치에서 고른 활약을 보인 경기는 찾기 힘들었다. 이것은 늘 누군가는 부진했다는 이야기이고 그만큼 다이아몬드의 밸런스 유지가 쉽지 않음을 뜻하기도 한다. 다음 시즌 안첼로티의 최대 과제이자 이적시장의 손을 빌릴 수 밖에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내년 첼시의 스쿼드는 한살을 더 먹게 된다. 데코, 벨레티, 힐라리우, 페레이라의 이적이 확실시 되는 가운데 발락, 조콜의 거취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이다. 이들이 팀을 떠나면 팀의 평균 연령은 낮아지겠지만 주전 스쿼드의 연령이 한살 높아지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램파드와 드록바, 카르발료는 78년 생이며 아넬카는 79년생, 존테리, 에쉴리콜, 말루다는 80년생이다. 20대 초중반의 연령의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바르셀로나, 레알마드리드, 맨유, 아스날에 비하면 첼시의 스쿼드는 매우 노쇠한 편이다. 첼시는 이번시즌 주중경기가 있는 경우 종종 끔찍한 경기력을 선보인바 있는데 이것은 첼시의 스쿼드가 많은 대회를 병행하기 힘든 상태임을 뜻한다. 경기의 중요성 때문에 로테이션이 적절히 운영되지 못한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고령(?)인 주전들의 체력적인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안첼로티는 다음 시즌에는 이적시장의 수확과 상관없이 유스출신 5명을 1군에 올리겠다고 선언하였다. 마티치, 카쿠타 , 보리니, 반 안홀트, 브루마가 그 대상으로 지목되었다. 울버햄튼에 임대되어있든 맨시엔과 블랙번의 디산토 또한 그 복귀가 기대되는 선수이다. 이러한 안첼로티의 장기적 플랜에 개인적으로 찬사를 보내고 싶다.

 

  필자가 맨유를 보면서 가장 부러워 했던 부분은 환상적인 로테이션 시스템이다. 깁슨, 하파엘, 오셔, 에반스, 마케다, 오베르탄 같은 다소 기량이 낮은 선수들이나 긱스, 스콜스, 네빌 같은 노장의 선수들은 꾸준히 경기에 출장하지는 못하지만 언제든지 퍼거슨이 필요할 때면 경기를 나설 준비가 되어있는 선수들이다. 이들을 적절히 활용한 맨유의 로테이션 시스템은 맨유 선수들의 체력안배에 핵심적 요소임이 틀림없다. 맨유 선수들은 이렇게 축적된 체력을 바탕으로 빡빡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매경기 엄청난 활동량을 선보이며 상대를 압박하곤 하였다. 유스 출신의 대거 1군 진입은 첼시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기대하게 한다. 비록 이들이 핵심적 역할은 하지 못하더라도 필요한 때에 주전을 대신하여 경기에 뛰어주는 것 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팀의 재정적 측면에서도 이러한 안첼로티의 구상은 필요하다. 현재 첼시는 가장 높은 주급체계를 보유한 팀이며 2008년 6570만 파운드, 2009년에는 4440만 파운드의 적자를 기록하였다. 긴축재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로만의 자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기형적인 재정구조는 청산의 대상이다. 로만의 축구에 대한 열정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일이며, 개인의 자산이라는 것은 한순간에 휴지조각이 되버릴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구단의 재정은 수입-지출이 균형이 이루는 수준에서 이루어 져야 한다. 빛은 구단의 단기적 성과를 높이지만 구단의 미래까지 담보하지 못한다. 첼시의 목표가 2000년대 초반의 강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럽무대의 영원한 강자가 되는 것이라면 이러한 비정상적 재정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꾸준한 성적으로 팀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수익을 늘리는 것과 함께 지출을 줄이는 것이 요구된다. 첼시는 이제 이적시장에서 과거와 같은 오버패이를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며 주급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유스로 눈을 돌리는 안첼로티의 판단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지만 감사하기까지 하다. 그는 '스폐셜 원' 과 달리 첼시의 '미래' 까지 생각하는 현명한 감독인 것이다.

 

   다음 시즌 첼시는 어느 때보다도 장미빛이다. 오랜만에 이적시장에서 '큰손' 으로서 위용을 과시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따라 안첼로티의 새로운 전술 또한 시험될 것이다. 무엇보다 유스출신의 활약은 가장 셀레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첼시에게 '이적시장 거래 금지령' 이란 재앙을 초래할 뻔 하게한 카쿠타의 기량은 어느정도 인지에 제일 관심이 간다.

 

오랜만에 되찾은 리그 우승컵은 첼시의 자존심과 자신감을 되찾게 해주었다. 역시 여전히 그들은 강하다는 것을 증명해 줄 수 있는 것은 우승컵 뿐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남은 목표는 있다. 로만의 목표이자 모든 첼시 선수들과 팬들의 목표이자 미하엘 발락의 목표.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이 바로 그것이다. 오히려 많이 늦은 감이 있다. 그만큼 어려운 목표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여러모로 운도 따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안첼로티의 첼시는 기대감을 가져보기에 충분하다. 비록 1년이란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가 보여준 열정과 역량, 비전은 믿음직스럽기 그지없다. 우리에게 필요한건 인내심, 그리고 변함없는 응원일 것이다.

 

2010. 5. 10  Lalkers

 

                

 

부록 - 시즌평점

 

D.drogba 9 - “드록신”

Anelka 7.5 - “전반기의 에이스. 부상회복 후 득점포가 주춤했던 점이 아쉽다.”

S.kalou 6 - “늦게 발동이 걸린 작은 드록바.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한다.”

J.cole 5.5 - “그가 요구한 주급의 절반정도의 활약에도 못미치는 모습을 보였을 뿐이다”

Malouda 7.5 - “그는 측면의 드록바이다. 점점 알고도 못막는 말루다로 진화하고 있다.”

Sturridge 4.5 - “잉글랜드에서도 손꼽히는 이 유망주에 대한 평가는 다음 시즌에.”

Lampard 8 - “작년 아넬카는 리그 19골로 득점왕에 올랐다. 올시즌 램파드는 리그 22골을 기록했다.”

Essien 6.5 - “그는 첼시의 자랑거리 이지만 어느새 반시즌만 뛰는 선수가 되고있다.”

Ballack 6.5 - “실수도 가장 많이 했지만 가장 열정적인 선수이기도 했다.”

Deco 6 - “그는 첼시에 너무 늦게 왔다. 슈퍼데코는 없었다.”

Belletti 5 - “올시즌 출장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J.O.Mikel 7 - “올시즌 첼시의 미드필더진은 미켈에 의해 진정되었다. 그는 조금씩 하지만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

Ivanovic 7.5 - “우리는 그가 풀백에 있을 때는 보싱와를, 센터백에 있을때는 존테리를 잊었다”

J.terry 6 - “존슨테리”

Cravalho 6 - “그의 나이를 감안할 때 그가 내년에도 이정도의 모습을 주기만 바랄뿐.”

Alex 6 - “그는 종종 빠른 선수들과 상대할 때 문제점을 노출하였다.”

A.cole 7 - “세계 최고의 왼쪽 수비수로서 손색없었다.”

Freirra 5.5 - “날카로운 크로스는 돋보였지만 베일에게 농락당하던 모습이 안쓰러웠다”

Zhirkov 6 - “그를 위한 포메이션이 없었다는 것이 아쉽다. 다음 시즌을 기대하자.”

Cech 7.5 - “헤드기어를 착용한 이후 최고의 활약.”

Tunbull 5.5 - “중요한 시기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다.”

Hilário 4 - “수고했다. 굿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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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종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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